계절 양과자점 '프롬 버터'란 기본에 충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나는 부평을 가는 날엔 꼭 이 과자점에 들린다. 믿을 수 있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눅눅한 피낭시에, 질겅거리는 까눌레는 팔지도 않는다. 오늘도 맛있는 과자들을 담아왔다.
계절 양과자점 '프롬버터'
인천 부평 문화의 거리 골목에 위치한 디저트 가게이다. 일주일에 4일 정도 운영하고 오후 5시쯤 가게를 마무리하신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모든 디저트가 팔려 일찍 문을 닫는다는 사장님의 글을 볼 수 있다. 5평 정도의 작은 가게이고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소박한 테이블 하나가 있다.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계절마다 메뉴가 바뀐다. 가을엔 밤, 겨울엔 딸기, 여름엔 청포도 등 제철과일을 주로 사용하고 케이크, 구움 과자뿐만 아니라 판나코타, 밀푀유, 크레이프 등 새로운 메뉴들이 자주 나타난다. 사장님은 나카무라아카데미를 졸업하셨다고 한다. 케이크는 7000원대 , 구움 과자는 2500원~3000원 정도이다.
프롬 버터의 디저트들
오늘은 공주 밤 피낭시에, 말차 스콘, 얼그레이 피낭시에, 딸기 밀푀유, 딸기 쇼트케이크를 담아왔다.
프롬 버터의 피낭시에를 참 좋아한다. 피낭시에의 적당한 촉촉함과 가장자리의 바삭함은 이 가게의 단골손님이 되는 이유일 것이다. 오늘 공주 밤 피낭시에를 먹고 감탄했다. 밤은 알아차리기 어려운 재료라고 생각한다. 견과류처럼 특유의 향이 강한 것도 아니고 과일처럼 산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밤을 넣은 디저트들을 먹다 보면 '어디에 밤을 넣었다는 거야'라고 생각할 때도 많은데 이 피낭시에는 서서히 '아, 밤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귀여운 밤 모양도 맘에 들었다. 밤 모양의 틀을 구매하고 싶어 졌다.
말차의 적당한 씁쓸함과 달달한 화이트 초콜릿, 비정제 설탕의 오독한 식감이 전부 맛있었다. 구움 과자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조합이지만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낸 스콘이라고 생각했다. 제주 말차와 두 가지 종류의 발효버터와 자연방목우유를 사용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밀푀유를 먹었다.
구움색이 진한 패스츄리 3겹 사이에 이 보아르 가나슈 몽테 크림과 딸기 꽁피츄르를 샌드 했다고 한다. 이보아르는 발로나 화이트 커버춰 중 하나이고 몽테크림은 생크림에 가나슈를 섞어 거품 낸 크림이다. 꽁피츄르는 과일을 설탕에 절여 만든 것으로 콩포트나 잼과 비슷하다. 밀푀유 안에 샌드 된 딸기꽁피츄르는 잼보다는 묽은 텍스쳐였다. 몽테크림은 많이 달지 않아서 좋았고 꽁피츄르와 잘 어울렸다. 패스츄리가 적당한 씁쓸한 맛을 머금고 있어 밸런스가 좋았던 디저트라고 생각한다.
조각 케이크를 먹기 전 투명 비닐 띠를 제거하고 먹는다. 비닐 띠에 가끔 테이프가 붙어있어, 떼다가 케이크 모양이 망가져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 프롬 버터의 밀푀유 비닐에는 테이프 끝쪽을 접어 떼기 쉽게 해 준 사장님의 배려가 보였다. 정말 작고 사소한 것이지만 나는 이런 사소함에 감탄했다.
케이크를 먹어보았다. 딸기와 촉촉한 제누와즈 부드러운 생크림은 나무랄 데 없었고 맛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누와즈였다. 입에서 바스러지는 느낌이어서 다음에 한 번 더 구매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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